정리중/춘의소식지

한결같은 사람들 - 최일심

사회사업가, 현환 2007. 12. 10. 14:32

 비행((飛行)소녀들이 자유롭게 비행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성심수녀회 수녀, 부천모퉁이쉼터 소장 │ 최일심

 

사회복지와 인연을 맺은 것은 10년 전의 일이다. 

 

나는 수녀원에 입회한 후 수련기를 보내고 첫 서원을 하고 서울교구의 본당수녀로 몇 년간 소임을 하였다. 그 때 나는 신자들과  가난한 이웃들을 만나고 방문하며 정서적,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보면서 어떻게 그들을 도와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그러한 과정에서 종교적인 차원의 접근 또는 단순한 지원과 돌봄 그 이상 무엇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이 사회복지라는 것을 찾게 되었다.

 

사회복지는 나에게 과거의 삶을 통합하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문과 같았다. 왜냐하면 그 시기 수도생활을 시작한 후 기도와 수련을 통하여 나 자신을 깊이 만나면서 어려서부터 경험한 가난한 삶, 질병의 고통, 마음의 상처 속에서 어둠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를 공부하면서 내가 살아온 삶의 많은 부분이 사회복지가 맞닿는 지점이고 나의 경험이 사회복지 현장을 이해하고 나눌 수 있는 자산임을 발견하고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공부를 하였다.

 

졸업 후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모퉁이 쉼터 소임의 가능성도 있었지만 장애인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수도회에 요청하여 장애인 복지관에 계약직 직원으로  취직하여 사회복지 현장에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모퉁이 쉼터와의 인연도 어느덧 10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1999년 모퉁이 쉼터를 출발 할 당시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학생으로 인연은 시작되었고, 졸업 후에는 쉼터를 내집삼아 이곳의 청소년들과 함께 생활하며 장애인복지관으로 출퇴근하면서 인연의 끈을  이어갔다.

 

그 후 몇 년 전부터는 모퉁이 쉼터의 실무자로 청소년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쉼터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살기 이전에는 가출 청소년을 비행(非行)과 연결시키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청소년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몸과 마음으로 부딪히며 살아가는 사이에 가출은 청소년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가정과 사회의 문제라는 것을 체험하고 있다.

 

우리의  편견된 시각으로 가출청소년을 바라볼 때 그들의 행동은 단순한 비행(非行)으로 보일뿐이다. 그러나 쉼터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은 가족, 사회, 학교로부터 버림받고 상처받은 아이들이고, 세상을 방황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고자 끊임없이 비행(飛行)하는 청소년들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돌아갈 집이 없는 청소년, 집으로 돌아가서는 안 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는 단순히 가출(家出)이라 이름을 붙이고, 그들을 비행(非行)청소년이라 부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된다.  

 

쉼터는 그들이 비행(飛行)하다가 안전하게 착륙하도록 활주로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하며, 포근한 안착지가 되어 주어야 한다고 항상 생각한다. 지금의 비행(飛行)청소년들은 10년후 미래에 초점을 두고 현재를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비행(飛行)소녀들이 자유롭게 비행(飛行)할 수 있는 세상, 비행(非行)소녀라고 비난받지 않는 세상이 올 수 있기를 희망한다. 지난 10년간의 사회복지와의 인연을 돌아보며 사회복지를 통해 찾게 되었던 열린 세상. 빛의 여정을 마음에 새기며 미래를 향하여 나아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