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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와 감사하다

사회사업가, 현환 2012. 11. 18. 22:20

1. 고맙다와 감사하다



감사한 일, 감사한 말씀 → 고마운 일, 고마운 말씀

감사하신 분 → 고마우신 분 


「고마운 일」은 그 일에 대한 나의 마음 또는 

그 일 때문에 상대에게 느끼는 ‘나의 마음’을 나타냅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감사한 일」은 ‘나의 행동’을 나타냅니다. 

내가 이미 그 일에 대하여 감사했다는 뜻입니다. 


「감사하신 분」은 그분께서 감사하셨다는 말입니다. 

내가 그분께 은혜를 입어 고마운 마음이 있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분께서 내게 은혜를 베푸셨다면 그분은 고마우신 분이고, 

나는 그분께 감사해야 할 사람입니다.

「감사한 사람」이라 하면, 내가 그 사람에게 이미 감사했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 사람이 감사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심심甚深한 감사를 드립니다.” → “참 고맙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 “대단히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는 인사하는 사람이 자신의 감사 행위를 치켜세우는 자화자찬입니다. 

“너무 너무 감사드립니다.”도 그렇습니다. 

자기 행위를 높이는 꼴입니다. 아첨에 가깝습니다. 


요즘은 「감사하다」를 형용사 자리에 쓰는 사람이 많고, 

그렇게 형용사 용법을 추가한 국어사전들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가 “고맙습니다.”보다 격식을 갖춘 인사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공식적인 경우나 예의를 차려야 하는 사이에는 “감사합니다.” 해야 어울린다는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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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와 「죄송합니다」의 차이가 이와 같습니다. 

같은 뜻의 형용사인데, 「죄송합니다.」는 격식을 갖춘 표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사과하거나, 높은 분께 사과할 때는 「미안합니다」대신 「죄송합니다」를 씁니다. 

뜻은 같은데 「고맙다」는 순 우리말이고 「감사하다」는 일본식 한자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감사感謝의 의미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감사는 고맙다고 인사하는 행위입니다. 

「고맙다」는 마음이 어떠하다는 형용사이고, 「감사하다」는 그 마음을 표현한다는 동사입니다. 


미안한 일과 사과謝過한 일이 다르고, 미안한 사람과 사과한 사람이 다르지요. 

고마운 일과 감사感謝한 일이 다르고, 고마운 사람과 감사한 사람이 다른 것이 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미안하다」와 「고맙다」는 형용사이고, 「사과하다」와 「감사하다」는 동사입니다. 


그래서 가급적 구분하여 쓰려고 합니다. 

고마운 마음을 표시할 때는 형용사 「고맙습니다.」를 쓰고, 

고맙다고 인사하는 행위를 말할 때는 동사 「감사합니다」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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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드리다 → 감사하다. 


공손하게 하려고 “감사드립니다.” 합니다. 

그런데 「감사」는 ‘주는 것’이 아니고 ‘하는 것’이므로 

'주다'의 높임말인 '드리다'를 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어, 

“감사드립니다.” 하기도 꺼림칙합니다. 


성경에는 「감사하다」만 있습니다. 

하나님께 대하여도 「감사드리다」를 쓰지 않고 「감사하다」만 씁니다.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 도와주신 데 대하여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도와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 도와주신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고마우신 선생님께 마음 깊이 감사합니다. 

베풀어주신 은혜에 감사합니다. 


도와주신 분께 고마운 말씀을 드립니다. (자신의 말이 고맙다는 뜻. 자신의 말에 대하여 스스로 고마워한다는 뜻) → 감사합니다. 


고마운 줄 안다, 고맙게 여긴다, 고마워한다. 그래서 감사한다. 

후원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후원에 대해, 후원해 주신 분께 감사합니다. 


※ 도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부디 도와주십시오. 아무쪼록 잘 도와주십시오.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도와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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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는 약속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감사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약속하지 않았어도 감사하는 것이 마땅한데 하물며 감사하기로 약속했음에랴. / (빈 약속일랑 하지 말고 다만) 정중히 부탁합시다. 도움 받은 이후에는 잊지 말고 감사합시다. 




짧게 한마디로 인사할 때, “고맙습니다.”와 “감사합니다.” 둘 다 좋습니다. 

그러나 제가 감사해야 할 대상을 가리켜 「감사한 일, 감사한 말씀, 감사하신 분」이라고는 못하겠습니다. 

저의 감사 행위를 높여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하거나, 

저의 말을 높여서 “고마운 말씀을 드립니다.”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너무 감사드립니다.”나 “너무 너무 감사드립니다.”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복지요결. 2008년판. 고맙다와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