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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중/춘의소식지

베르사유 궁전의 추억 - 10년동안 사랑받는

by 사회사업가, 현환 2007. 12. 5.

베르사유 궁전의 추억

 

시립주차장과 레포츠공원을 지나 도로 밑 굴다리를 지나면서 아직도 저만치 있는 도서관 입구를 바라본다. 계단을 오르고 도서관 현관에 이르러 독서실 좌석표를 하나 받았다. 또 다시 계단으로 3층까지 오른다. 3층에 오르면 여학생실, 남학생실, 일반식 2개로 구성된 독서실이 있다. 그리고 중앙에는 휴게실이 자리 잡고 있다. 오르는 것이 힘들어 숨 한번 내몰아 쉬고 휴게실로 향해 커피 한잔을 뽑아 창밖을 바라본다.

 

원미산의 중턱에 원미산지기가 사는 듯 소박한 맛이 풍긴다. 한 채 집 위로 펼쳐진 푸르른 숲과 나무, 눈부신 하늘이 이를 더 해 준다. 좌측으로는 선열ㄷ르의 영혼을 기리는 현충탑이 기상을 보이고, 아래로는 교통공원과 레포츠 공원 그리고 조금 먼 두산아파트가 두 눈에 담긴다. 이쯤 되면 커피 향과 어우러진 원미산의 풍경에 취해 엘리자베스여왕도 부럽지 않았다. 종종 ‘아마도 중앙시립도서관이 베르사유 궁전 못지않은 명당 중에 명당이 아닐런지.’ 하면 혼자 감탄하곤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공부하는 동기들이 하나씩 늘어가고, 행정고시 준비하는 분, 취직시험 준비하는 분,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하는 분 등 매일같이 중앙도서관에 출근도장 찍는 분들과 눈인사도 하고, 중고등학교 시험기간에는 시끌벅적해서 학생들에게 잔소리도 하고, 날 좋은 날은 분수대로 내려와 싸온 도시락을 까먹기도 하고, 공부하다 온몸 찌뿌둥하면 원미산 약수물로 기를 충전하기도 하고, 언짢은 일 있는 날은 원미산 가톨릭 방향으로 넘어가서 두부와 막걸리 하난 하기도 했던 지난 날들.

 

이렇게 근 4년 동안 엘리자베스 여왕이 되어 베르사유 궁전을 오르내리며 방송대 교육과 공부를 무사히 마쳤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원미동 두산아파트의 주방 쪽 베란다에 서면 중앙시립도서관이 정면으로 보인다. 비가 올 때도, 바람이 불 때도, 새싹이 돋을 때도, 납엽이 질 때도 어느 것도 버릴 것 없이 원미산 중턱에 자리한 중앙시립도서관의 모습은 멋들어 진다.

 

예전에 비해 지금은 뜸하게 가는 곳이 되었지만 나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살 던 곳과 견줄만한 좋은 동네에 살아서 참 행복하다!’라고 느낄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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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춘의동에서 한글을 가르치시는 한희자 선생님의 글을 일부 발췌했습니다. 한희자 선생님의 경험담 속에서 중앙시립도서관의 소중함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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