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
편해문, 소나무(출판사)
‘아이들이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는 인천 책사넷 책 읽는 사회복지사 네트워크 모임에서 조향경 선생님 추천해 주신 책입니다. 사회복지사무소 ‘구슬’의 대표 김세진 선생님께서 정리하신 독서노트에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는 인도 아이들의 노는 사진이 여러 장 담겨 있어 책을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하지만 말하자고 하는 바는 의미가 큽니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일하는 사회복지사라면 어떻게 실천하면 좋을지 생각하게 합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하시는 선생님이나 어린아이를 둔 부모님들께 읽어보길 권합니다.
놀이는 아이들 삶에 있으면 좋고 없으면 아쉬운 것이 아닌 아이들 삶에 있어 어떤 것보다 첫 번째 자리에 와야 마땅한데 세상은 놀이를 밀쳐내고 이상한 것들로 채워가고 있었다. p5
단지 말하고 싶은 것은 컴퓨터 게임에 가까이 갈수록 동무와 형제와 부모 같은 '사람'과 멀어진다는 것이다. 삶이라는 것, 사랑한다는 것, 가슴 아프다는 것, 힘들다는 것, 눈물겹다는 것, 관계라는 것에서 멀어지려고만 하니 이를 어쩐단 말인가? p35
놀면서 수도 없이 지고 이기고, 죽고 다시 살아나는 것을 경험하지 않은 아이들이 세상에 나가 무언가에 패배했을 때, 아이들은 어떻게 그 패배를 넘어설 수 있을까? 나는 놀이가 패배와 죽음을 넘어서는 수많은 상황과 만나게 해주고 그것을 극복하는 힘을 길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p120
어떤 놀이든지 놀이가 몸에 푹 익기 전까지는 놀이에서 숱하게 지고 죽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자꾸 해보고 부딪히다보면 언젠가는 이기기도 하고 살기도 한다. 놀이는 이런 과정과 경험을 되풀이하게 만든다. 이처럼 놀면서 몸으로 익힌 용기와 긍정적인 힘은 놀이 바깥 세계에서도 살아 움직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현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꿈을 찾아가는 힘도 놀면서 기를 수 있을 뿐이다. 이것이 놀이의 힘이다. p121
사회복지사로서 마땅함 뜻을 두고 싶습니다. 사회복지사 실천의 중심은 지역주민이 마땅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마땅한 삶이란 무엇일까요? 아이는 아이답게, 어른은 어른답게, 어르신은 어르신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아닐까요?
지금 사회는 무한 경쟁의 사회라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에게도 의식 중, 무의식 중으로 경쟁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놀아야 합니다. 이것이 마땅합니다. 놀면서 협동을 배우고, 관계를 배웁니다. 배려를 알게 됩니다. 때로는 좌절도 맛보고 성공도 경험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놀이는 아이들에게 있어 더 큰 사회에 나가기 위한 준비과정 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지금의 사회는 놀이는 밀쳐내고 학습만을 강요합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건강하게 자라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무모한 요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놀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도우면 좋을까요?
놀이라면 마땅히 온몸으로 노는 것이라야 한다. - 중략- 인도의 마당과 골목에서 마음껏 내닫고 뛰고 팽이 돌리고 사방치기하고 구슬치기 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이 아이들이 이렇게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것은 마당과 골목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놀이 프로젝트나 놀이 프로그램 개발 따위로는 어림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놀 터가 있어야 놀 것이 아닌가. 아이들에게 놀 터와 놀 틈을 다 빼앗아놓고 어떻게 놀기를 바란단 말인가? - 중략- 아이들이 놀려면 적어도 놀 틈과 놀 터가 있어야 한다. 놀 틈과 놀 터를 열어주고 놀이를 이야기해야 마땅한 것이다. p36
틈과 터, 대 말해 시간과 공간과 또래를 먼저 보고 가장 뒤에 놀이를 보아야 한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하지 않는 것이 놀이다. 놀이거리가 없어도 놀 틈과 놀 터와 놀 또래만 있으면 아이들은 무엇을 하든지 잘 놀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이 놀지 않는 까닭은 놀이거리가 없기 때문이 결코 아니다. 이제 정말 우리는 아이들에게 놀 수 있는 틈과 터를 어떻게 마련해 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방에서 나올 줄 모르는 아이들에게 오늘 하늘을 한번 볼 겨를이 있었는지 물어본다면 아이들은 뭐라고 대답을 할까. p42
저 어릴 때만 해도 동네에서 잘 놀았습니다. 동네 자체가 놀이터였습니다. 동 눈 오는 겨울에는 산에서 포대자루 타고 놀았습니다. 동네에 언덕이 많았는데 눈이 많이 오는 날이면 미끄러운 언덕길에 연탄 깨는 것이 놀이였습니다. 동네에서 논다고 어른들이 질책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동네는 어떤가요? 아이들이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공간이 있나요? 그런 터가 있나요? 아이들이 놀게 하려면 안전한 동네, 놀만한 동네로 만들어야 합니다. 거기서부터 아이들의 놀이는 시작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회복지사로서 놀이의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공생성을 기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보통 놀이는 다양한 계층이 어울릴 수 있는 기회입니다. 놀이를 할 때면 나보다 나이 많은 형이나 누나들이 있었고, 어린 동생들도 함께 놀았습니다. 때로는 몸이 불편한 친구들도 함께 어울렸습니다.
아우랑가바드에서 보았던 구슬치기에서 나는 참 특별한 것을 느꼈다. -중략- 사실 이 놀이를 보는 내 마음을 흔들었던 것은 놀이가 아니라 노는 아이들이었다. 구슬치기하는 아이 하나가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를 끌며 구슬치기를 하고 있었는데, 놀이 속에서 아무런 구분과 차별이 없이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놀고 있었던 것이다. 인도를 돌아다니다 보면 몸이 불편한 아이들을 많이 만난다. 우리 어렸을 때를 떠올려 보아도 동네에서 몸이 성한 아이거나 불편한 아이거나 함께 놀았던 기억이 많다. -중략- 처음엔 몸이 불편한 아이가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자꾸 어울리다보면 그 아이를 배려하는 규칙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놀았던 것 같다. p139
마을 공동체의 중심인 학교의 문을 닫고 제가 사는 곳에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차를 타고 학교를 다니며 사이버, 도시, 세계와 같이 먼 것만 동경하게 하는 것이 과연 어린 아이들에게 시급한 교육일까? p153
놀이를 하면서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들은 몸과 마음이 자란다. -중략- 놀이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관계와 관심과 사랑과 우정이 빠지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오락으로 떨어져버리고 만다. p281
사회복지사로서 바라는 사회는 결국 남녀노소 빈부강약 서로 어울려 사는 사회가 아닐까요? 약자도 살만한 사회, 이웃이 있고 인정이 있는 사회를 바라는 것이 아닌가요? 놀이는 아이들에게 있어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를 가장 확실하게 인식시킬 수 있는 방법은 아닐까합니다.
물론 아이들에게 교육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에 더 시급한 것은 땅, 바람, 하늘, 동무들과 어울려 잘 노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진정한 놀이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있었던 것들과의 원시적인 만남 그 자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집을 떠나 추위, 더위, 비바람을 맞서 보아야 한다. 나는 안다. 이런 것들 속에 아이들이 가장 만나고 싶고 놀고 싶어 하는 놀이가 가득 숨어있다는 것을…… 이렇게 잘 놀아본 아이라야 행복을 찾아 나설 힘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놀이를 만나게 해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오로지 아이들은 놀기 위해 이 세상에 왔기 때문이다. 자, 놀자!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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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13년 인천사회복지협의회 계간지에 실린 글입니다.